『달과 6펜스』: 욕망의 바다에서 나만의 달을 좇는다는 것

『달과 6펜스』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가족과 안정된 삶을 버리고 예술을 향해 떠나는 모습은 한편으론 이기적이고 한편으론 두렵도록 솔직해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을 두번째 읽었을 때는 스트릭랜드의 욕망과 집착, 그가 좇는 ‘달’이 갈증, 현실, 꿈 사이에서 방황하던 나의 모습과 겹쳐졌다.

이 글에서는 이 책을 읽고난 뒤 느낀 나만의 심리적 해석, 그리고 예술과 현실의 비교를 통해 『달과 6펜스』를 어른의 시선으로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와 나

스트릭랜드는 평범한 증권 중개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가족과 직장, 모든 안락함을 버리고 파리로 떠나 화가가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족과 친구, 심지어 자신의 건강까지 모두 외면한다.

나는 이 극단적인 결단에서 내가 일상에서 느꼈던 작은 탈주와 갈망을 떠올렸다. 안정된 직장, 사회적 기대, 그리고 익숙한 관계 속에서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나만의 꿈을 좇아도 될까?” 수없이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다.

물론 나는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것을 버릴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나만의 달’을 좇는 집념과 현실을 뛰어넘으려는 갈증은 내 안에도 분명 존재했다.

현실의 무게와 예술의 광기

스트릭랜드는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가난과 굶주림, 타인의 비난과 고독조차 그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진짜 예술, 진짜 자기실현이란 이토록 극단적이어야만 하는가?” “현실과 꿈,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현대 사회는 안정과 자기실현, 현실과 예술 이 두 가지를 끊임없이 오가게 만든다. 나는 일상에서 작은 예술적 시도(글쓰기, 그림, 여행, 새로운 취미 등)를 조금씩 실천하며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스트릭랜드의 광기와 집착은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부럽다. 나는 그처럼 모든 것을 걸 수는 없지만 내 삶의 작은 틈에서 나만의 달을 좇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가족, 사회적 기대와 자기실현의 충돌

스트릭랜드는 가족과 사회의 기대를 완전히 외면한다. 이기적이고 냉정해 보이지만 그의 선택은 ‘진짜 나’로 살아가려는 절박한 몸부림이다.

나는 가족과의 갈등, 사회적 기대와 내 욕망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렸던 경험이 있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과 “타인과의 관계를 지키는 것”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던 시간도 많았다.

이 책은 자기실현의 길이 결코 아름답거나 영웅적이지 않음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스트릭랜드의 선택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또 누군가에겐 영감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도 ‘워라밸’과 ‘자기계발’, ‘가족과 나’, ‘안정과 도전’ 사이에서 수많은 이들이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완벽한 답은 없지만 자기만의 방식과 속도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용기를 얻었다.

달과 6펜스를 통한 내 삶의 저울질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은 “현실의 6펜스를 줍느라 하늘의 달을 놓치는 삶”을 은유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6펜스를 줍고 있는가, 아니면 달을 바라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현실의 6펜스는 안정된 직장, 경제적 보상, 사회적 인정, 그리고 타인의 기대다. 반면 달은 나만의 꿈, 예술적 열정 혹은 진짜 나다움이다.

나는 일상에서 6펜스와 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가끔은 현실에 안주하며 달을 잊기도 하고 가끔은 달을 좇다 현실의 무게에 좌절하기도 한다.

이 책은 둘 중 하나만이 정답이 아님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묻는 일이다.

특히 스트릭랜드가 타히티에서 마지막 작품을 남기고 세상과 단절된 채 자기만의 예술을 완성하는 장면은 “진짜 나만의 달”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만의 욕망, 그리고 주변의 작은 용기들

내가 만난 한 친구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오랜 꿈이었던 도예가의 길을 선택했다. 처음엔 가족과 친구의 걱정과 반대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비록 경제적으로는 힘들지만 매일이 더 충만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지인은 직장과 예술, 두 가지를 병행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달을 좇고 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나만의 달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작은 글쓰기, 그림 그리기 혹은 여행과 사색을 통해 내 안의 달을 조금씩 발견하고 있다. 비록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것을 걸 수는 없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욕망을 실현하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N잡러’,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한 가지 정답이 아닌 여러 갈래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역시 현대인이 달과 6펜스 사이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고독의 본질

스트릭랜드의 예술은 타인의 인정이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진짜 자기실현이란 타인의 시선이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예술가의 고독 혹은 자기실현의 길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고독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성장하게 만드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기 돌봄’과 ‘마음챙김’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면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법을 연습하게 되었다.

또한 스트릭랜드의 예술이 죽은 뒤에야 인정받는 아이러니는 현대 사회의 ‘성공’이 꼭 남들의 평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나는 이 장면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욕망과 현실, 그리고 자기 용서의 길

오늘날 ‘자기실현’과 ‘워라밸’, ‘꿈과 현실의 균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시대가 되었다.

『달과 6펜스』는 욕망과 현실, 예술과 일상, 그리고 자기 용서의 의미를 깊이 있게 묻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모든 것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위로를 받았다.

스트릭랜드처럼 극단적이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달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때로는 6펜스를 놓치기도 하고 달을 잊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계속 탐색하는 일이다.

특히 사회적 성공과 내면의 만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정답은 없으며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기만의 달을 찾아가라”는 조용한 응원을 건넨다.

책장을 덮고 남은 나만의 달을 좇는 용기

『달과 6펜스』를 덮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아릿하면서도 묘하게 자유로워진다. 현실의 무게와 내면의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더 이해되고 조금은 더 용서받는 느낌이다.

이 책은 어릴 적에는 몰랐던 욕망과 자기실현, 고독의 의미를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삶의 어느 순간 나는 또 다른 갈림길 앞에 설 것이다. 그때마다 스트릭랜드의 집념과 나만의 달을 향한 갈증, 현실과의 균형을 잊지 않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언젠가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모든 것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아.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찾아가면 그 자체로 충분하단다” 라는 용기를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자기만의 달을 조금 더 당당하게 좇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